[점선면]아이를 뿌리째 옮겨 심는 일의 무게···‘아동 수출국’ 오명을 어떻게 씻을까
작성일 26-04-23 11:58본문
부유한 서구 국가들에게 한국은 아이를 큰 제약 없이 보내주는 나라였습니다. 부모가 거두지 못한 가난한 나라의 아이를 부자 나라에서 맡아 키우는 것. 모두에게 ‘윈윈’인 것 같았지만 후과는 생각보다 큽니다. 그리고 그걸 감당하는 일은 오롯이 입양 당사자에게 맡겨져 있습니다.
보튼마르크의 아들은 노르웨이에 살면서 항상 ‘한국인(The Korean)’으로 불렸습니다. 학교와 사회는 물론, 가족 안에서도 ‘한국인’이라는 호칭이 따라다녔어요. 보튼마르크의 할머니는 입양 증손자를 항상 “귀여운 한국 꼬마 아이”라고 불렀습니다. 아들은 노르웨이에서 노르웨이인 가족과 살았지만 그 자신은 언제나 한국의 사람이었습니다. 평생 이방인일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보튼마르크는 아들의 생모가 16살 때 충동적 성관계를 한 뒤 임신했고, 한국에서는 임신중절을 할 수 없어서 출산했다는 정보를 입양기관으로부터 들었습니다. 입양은 아들에게도, 자신에게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제는 그 생각이 너무 순진했다는 것을 압니다. 아이를 뿌리째 옮겨심으면서도 섣불렀습니다. 귀여운 한국 꼬마는 원치 않는 이주 끝에 “침묵을 강요당한 소수자가 되어간 것”이라고 보튼마르크는 말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나도 모르게 아이들을 사고파는 일에 가담”한 결과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해요. 아들이 뿌리를 찾아 나선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한국은 지난 70년간 17만명의 아이를 해외로 입양 보낸 나라입니다. 이 숫자가 20만명이라는 추산도 있어요. 이승만 정권에서 시작된 국제입양은 박정희 정권, 전두환 정권을 거치며 규모가 커졌습니다.
박정희 정권의 복지부 장관은 한국의 아동을 입양한 미국의 입양부모에게 감사 편지를 보냈습니다. 혼외자, 고아, 성폭행 범죄로 태어난 아동 등은 국가가 책임지면 비용이지만 해외에 입양시키면 ‘달러’가 됐으니까요. 전두환 정권에서는 국가가 국제입양을 권장했습니다. 1985년에는 8837명의 아이를 입양 보냈는데, 그해 태어난 아이의 1.3%에 해당하는 숫자입니다. 전두환 정권 5년 동안 한 해 출생아 수의 1% 넘는 아동이 ‘수출’됐습니다. 아동 국제입양은 산업이었습니다.
국가가 이 산업을 잘 관리한 것도 아닙니다. 아이를 기르고 돌보는 것은 가정 울타리 안의 일로만 여겼으니까요. 한국은 입양 업무 전반을 민간기관에 맡겨 왔습니다. 정부가 감시·감독하지 않으니 아동의 신원관리가 엉망인 사례가 많습니다. 입양 보내려던 아동이 사망하면 다른 아동이 신원을 넘겨받는 일도 있었고요. 또 한국에서는 2013년까지 ‘비대면 입양’이 가능했습니다. 입양부모가 직접 아이를 만나러 오지 않아도 됐고, 우편으로 신청하는 입양도 할 수 있었습니다.
보튼마르크의 아들은 엄마가 홀트아동복지회에서 받아온 정보를 보고 “이게 전부냐”고 놀랐습니다. 서류는 사진 몇 장, 몸무게·키가 적힌 문서와 진료보고서 몇 장이 다였습니다. 그마저도 불투명하고 부정확한 정보인 경우가 많다는 것, 결국 입양은 외화벌이 산업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보튼마르크와 아들은 ‘뿌리 찾기 항해’ 중 알게 됐어요.
영화 <스포트라이트>에는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면, 학대하는 데도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대사가 나옵니다. 아이가 학대당하고 불행한 것은 직접 행위자뿐 아니라 공동체의 책임이기도 하다는 거죠.
물론 행복한 입양이 많습니다. 아이를 ‘가슴으로 낳아 기르는’ 일은 숭고하고 위대하고요. 하지만 한 아이를 그의 의지와 아무 상관 없이 통째로 이식해 버리고, 나아가 그걸 산업화한 것은 죄업입니다. 스웨덴 정부가 2002년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스웨덴 내 입양인의 자살률은 비입양인보다 3.7배 높았고, 2022년 연구에서도 2배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밖에도 입양인의 자살률, 약물중독 비율, 범죄율이 비입양인에 비해 높게 나타나는 연구가 여럿입니다. 해외 입양된 후 실제로 학대를 당한 사례도 물론 있습니다. 한 사람의 뿌리를 옮겨버린 일의 무게입니다.
아동 수출을 조장하고 방관한 한국 정부는 늦게나마 참회해야 합니다. 입양인에게 필요한 지원을 하고, 책임을 져야 합니다.
보튼마르크와 아들은 생모를 찾는 일이 “소진하는 절차”였다고 했습니다. 입양기관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제한적이었고, 그나마도 시간이 너무 걸렸습니다. 한국을 오가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은 전부 개인의 몫입니다.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우리 정부가 이제라도 할 수 있는 지원을 찾아야 합니다.
사과와 배상도 해야 합니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원회)는 해외 입양 과정에서 인권 침해가 있었다는 것을 인정했지만, 사과를 권고했을 뿐 피해를 배상하라는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습니다. 정부가 해외 입양을 2029년까지 완전히 중단하겠다고 밝힌 것은 그나마 다행입니다. 진실화해위원회 3기 활동을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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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라면은 일본 라면보다 식감이 탱글탱글해서 좋아요.”
지난 15일 일본 도쿄 하라주쿠 다케시타 거리.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은 친구에게 K라면 맛을 알려주기 위해 토야마 마미(40)가 찾은 곳은 ‘신라면분식’이었다. 신라면분식은 해외 소비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라면을 체험할 수 있도록 농심이 마련한 팝업스토어다.
매장 진열대에서 ‘신라면 툼바’를 고른 마미는 키오스크로 계산한 뒤 즉석조리기로 직접 라면을 끓였다. 면과 스프가루를 그릇에 넣고 조리 버튼을 눌렀으며 국물이 끓어오르자 젓가락으로 라면을 젓는 모습이 능수능란했다. 이 곳에서는 한 달에 약 5000개 농심 라면이 판매된다. 점원 손모씨(23)는 “맛있게 맵다고들 한다. 직접 만들어 먹는 ‘한강라면’을 경험할 수 있어서 더 좋아하는 것 같다”며 “한 손님은 조리 버튼을 대신 눌러줬더니 라면 한 그릇을 다 먹고선 버튼을 누르고 싶다고 또 주문하더라”라고 말했다.
한국 라면 애호가인 시마무라 아야까(21)는 지난 16일 코리아 엑스포 도쿄에서 ‘너구리’ 맛에 빠져 있었다. 코리아 엑스포 도쿄는 K푸드·뷰티·콘텐츠 등 한국 브랜드가 참여한 종합 박람회로, 농심은 올해 ‘너구리’를 주제로 부스를 꾸며 소비자에게 시식 기회를 제공했다. 중학생 때 친구네 집에서 ‘신라면’을 처음 먹어봤다는 아야까는 “일본 라면과는 맛이 달랐다. 매웠는데도 자극적인 맛이 자꾸 생각났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한국 라면도 먹어봐야지 했던 게 지금은 ‘너구리’ ‘감자라면’ 등을 집에 쟁여놓고 먹는다”며 “덕분에 한국 여행도 다녀왔고 한국어도 독학으로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라면 종주국인 일본에서 한국 라면이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신라면이 2015년 한국 라면 최초로 일본 3대 편의점(세븐일레븐·패밀리마트·로손) 전 점포에 입점한 데 이어 신라면 툼바도 지난달부터 3대 편의점 전국 약 5만3000개 매장에서 정식 판매되고 있다. 매년 1000여종 신제품이 쏟아지는 일본 시장에서 주요 편의점 모든 점포에 해외 라면 브랜드가 연중 상시 판매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신라면은 올해 출시 40주년을 맞는 스테디셀러이며, 신라면 툼바는 출시 1년 만에 이룬 쾌거다. 신라면 특유의 매운맛에 크림소스를 더한 신라면 툼바는 일본 유력 매체인 닛케이 트렌디가 선정하는 ‘2025 히트상품 베스트 30’에도 한국 라면 최초로 이름을 올렸다. 현재 일본에서 판매된 신라면 툼바 누적 판매량은 1000만개에 이른다.
일본 라면 시장은 연간 약 7조원 규모로, 대부분 미소(된장)·소유(간장)·시오(소금)·카레·돈코츠(돼지뼈) 등으로 맛을 내 달고 짠 맛이 강한 게 특징이다. 현지 시장에서 매운라면 비중은 6% 수준으로, 사실상 신라면이 이끌고 있다. 19일 농심에 따르면, 일본 신라면 매출은 지난해 165억엔으로 전체 매운라면 카테고리의 40%를 차지한다. 농심 일본법인(농심재팬) 매출은 2021년 100억엔을 달성한 데 이어 지난해 209억엔(약 2000억원)을 기록했다.
신라면이 일본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지면서 닛신·도요스이산과 같은 현지 대형 라면 제조업체들도 매운맛 제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농심재팬 법인장 김대하 부사장은 지난 15일 도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일본 라면 시장은 매운맛이 제로였던 곳”이라며 “처음엔 ‘이렇게 매운맛은 못 판다’ ‘덜 맵게 만들자’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일본에 없는 매운맛’이라는 점을 오랫동안 공략해왔다”고 말했다. 김 부사장은 “지금은 신라면을 모두 알 정도”라며 “일본 식문화에 한국 매운 맛을 대표하는 신라면이라는 브랜드를 심는 데 성공한 것으로, 하나의 문화로 정착한 것”이라고 말했다.
농심은 최근 ‘제2의 신라면’으로 너구리를 키우고 있다. 일본 10~20대를 겨냥해 너구리 캐릭터 이미지도 기존보다 동글동글하게 바꿨다. ‘신라면과 너구리 모두 매운맛이라 제품군이 겹치지 않느냐’는 질문에 김 부사장은 “너구리는 면발에서 신라면과 차별성이 있다. 라면이지만 우동에 가깝다”며 “일본에서 판매되는 너구리는 매운맛과 순한맛 비중이 7대3으로 한국(9대1)보다 순한맛이 더 많이 판매된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농심은 신라면을 ‘생활 속 브랜드’로 자리 잡기 위해 전 세계 주요 관광지와 랜드마크를 중심으로 소비자 접점을 넓히고 있다.
신라면 분식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4월 페루 마추픽추(1호점)에 이어 도쿄, 베트남 호치민, 미국 뉴욕 JFK공항 등 4곳에서 운영하고 있다. 세계 3대 겨울 축제 중 하나인 ‘삿포로 눈축제’ 등에서도 시식 부스를 운영하고, 주요 도시를 누비며 거리에서 소비자를 만나는 ‘신라면 키친카’도 2013년부터 운행하고 있다. 놀이공원인 후지큐 하이랜드 내 푸드코너에서도 다음 달까지 신라면과 신라면툼바, 너구리 순한맛을 활용한 협업 메뉴를 판매한다.
농심은 오는 2030년까지 일본 매출을 500억엔으로 늘리고 매운맛 라면 시장 점유율을 5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렇게 되면 현재 일본 즉석 라면 시장에서 6위 수준인 농심 입지는 톱5로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AI)과 노동은 공존할 수 있을까. AI가 노동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커지고 있다. 생성형 AI가 사무직과 전문직 영역까지 빠르게 침투하면서 신입 채용 감소와 일자리 대체 우려가 잇따른다. 로봇으로 대표되는 피지컬 AI는 전통 제조업 일자리까지 흔들고 있다. 기술 확산 속도에 비해 이를 둘러싼 노동·복지·사회 안전망 논의는 여전히 뒤따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 직속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전략위)의 시선은 다소 다르다. 임문영 전략위 부위원장은 AI로 인한 일자리 충격 우려를 “과도한 공포”라고 본다. 실제로는 일자리 자체가 사라지기보다 “일하는 방식이 바뀌는 과정”에 가깝다는 진단이다. 제조업 현장과 청년을 AI로 연결하면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이란 구상도 내놓는다. 그가 그리는 미래상은 보다 희망적이다.
전략위는 국가 차원의 AI 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다. 위원장은 대통령이 직접 맡고 기술·인프라, 산업·공공, 데이터, 사회, 국제협력, 과학·인재, 국방·안보 등 8개 분과가 분야별 전략을 논의한다. 정부가 ‘AI 3대 강국 도약’을 내세우며 산업 육성과 기술 경쟁력 확보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이 같은 정책 설계 속에 노동 문제는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서울스퀘어 전략위 사무실에서 임 부위원장을 만났다.
-AI 확산으로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과도한 공포가 조성된 측면이 있다고 본다. 지금 AI로 돈을 벌고 있는 기업은 사실상 없다. 만약 AI로 수익을 내고 있다면 인력을 줄이는 게 자연스럽겠지만, 아직 그런 단계는 아니다.
최근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개발자를 대규모로 해고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걸 곧바로 AI 영향으로 보는 건 무리가 있다. 코로나19 시기 재택근무가 확산되면서 개발자를 과도하게 채용했고, 이후 정상화 과정에서 인력을 줄이면서 AI를 명분으로 활용하는 측면이 있다. 청년 채용 감소도 비슷하다. 원래 기업들은 채용을 줄여왔는데, 지금은 ‘AI 때문에 채용을 안 한다’고 한다. 일종의 ‘AI 워싱’이다.“
-실제로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공장에서 반복 작업을 하는 노동은 이미 자동화로 사라지는 흐름이었다. AI는 그 속도를 더 빠르게 만들 수는 있지만, 모든 일자리를 대체하는 건 아니다. 관련 컨설팅 보고서들도 공통적으로 ‘일자리가 사라진다기보다 일하는 방식이 바뀐다’고 본다.”
-정부의 AI 정책이 기술·산업 육성 중심이라는 지적이 있는데.
“노동과 산업을 대립적으로 나누는 건 적절하지 않다. 산업 안에 노동이 포함돼 있다고 보는 게 맞다. 다만 전략위 초기에는 인프라 구축, 기술 확보, 인재 확보가 급했기 때문에 그쪽에 초점이 맞춰졌고, 윤리나 안전, 사회적 낙오 같은 문제는 상대적으로 덜 다뤄진 건 사실이다. 지금은 이런 문제를 함께 다루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느 분과에서 노동 문제를 다루고 있나.
“특정 분과에서만 다루는 건 아니다. 사회분과에서 주로 일자리나 노동 영향을 다루고, 산업분과에서도 현장 변화가 함께 논의된다. 또 AI 민주주의 분과에서도 제도 변화나 사회 구조 측면에서 노동 문제와 연결되는 부분을 다루고 있다.”
-기술 발전 속도와 사회적 대응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잡아야 하나.
“기술만으로도, 정치만으로도 세상을 바꿀 수 없다. 기술이 사회에 받아들여지려면 기술적 허들뿐 아니라 사회적, 문화적 허들을 넘어야 한다. 미국에서도 비슷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기술을 빠르게 발전시켜 사회를 전환하자는 입장과, 속도를 늦추고 사회가 대응할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입장이 맞서고 있다.
지금은 AI 초기 단계라 정책적으로는 인프라 구축과 기술 확보가 급한 상황이다. 그런데 국민은 일자리나 민주주의 문제를 먼저 걱정한다. ‘이걸 제대로 고민하지 않고 받아들였다가 문제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공포가 있다.”
-AI 시대 청년 일자리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단순히 ‘취업을 시킨다’는 접근으로는 안 된다. 기존 방식대로 현장에 들어가 똑같이 일하라고 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중요한 건 AI 시각으로 제조업을 다시 보게 만드는 것이다.
크게 보면 AI 시대는 다시 제조업으로 돌아오는 흐름이 있다. 한국은 50~60대가 만들어 놓은 제조업 기반과 암묵지가 있다. 손으로 만져보고 소재를 구분하고 정교하게 작업하는 능력이다. 반면 20~30대는 제조업 현장을 기피하고 IT 기업이나 사무직을 선호한다. 이 간극을 연결해야 한다. 그 역할을 AI가 할 수 있다.
AI에 익숙한 청년을 현장에 보내서 새로운 시각으로 제조업을 다시 보게 만들어야 한다. ‘데이터를 모아서 이렇게 개선하자’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결국 제조업과 AI의 결합은 ‘현장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을 재설계하는 것’이다. 청년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생기고, 기존 산업도 다시 성장 동력을 얻게 된다.”
-청년을 제조업과 연결한 구체적인 사례가 있을까.
“미국 팔란티어의 ‘전진배치 엔지니어’(FDE) 모델이다. 소프트웨어 회사 팔란티어가 엔지니어들을 국방부와 전투 현장에 직접 보냈다. 실제로 어떻게 일하는지 옆에서 관찰하고 데이터를 수집했다. 어떤 데이터가 필요하고 어떤 비효율이 있는지 파악한 것이다. 그 결과 만들어진 것이 팔란티어의 데이터 기반 솔루션이다.
젊은 세대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공정을 재해석하고, 기존 숙련은 그 과정에서 중요한 기준이 된다. 이렇게 하면 단순히 기존 산업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 자체를 다시 설계하는, 이른바 리부트가 가능해진다. 청년들에게는 새로운 일자리와 기회가 만들어질 수 있다.”
-그러면 기존의 중장년 노동자는 AI로 대체되는 것 아닌가.
“그렇지 않다. 이들이 가진 암묵지를 데이터로 전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는 시간이 걸리고, 그 자체가 중요한 역할이다. 결국 데이터를 통해 ‘늙지 않는 장인’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
-암묵지에 대한 합당한 보상을 해줘야 하지 않을까.
“전문가들도 그렇게 이야기한다. 제조업 장인을 디지털로 전환하면서 보상을 하게 해야 한다. 그런 가이드라인을 만들 계획도 있다.”
-AI 도입 과정에서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있다.
“이미 관련 논의는 진행 중이다. 사회분과에서 지난해 AI로 사라질 직업에 대한 정책 연구를 했고, 올해는 시민사회와 함께 토론도 진행했다. 중요한 건 드러나지 않는 변화까지 포함해서 실제 현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그걸 기반으로 정책 방향을 정리하려고 한다.”
-결국 정부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보나.
“최종 목표는 ‘AI 기본사회’다. 기본사회라는 것은 낙오되는 사람 없이 모두가 AI의 혜택을 누리게 하자는 의미다. 먹고 살기 위한 문제인데, 노동을 선택적으로 빼고 정책을 설계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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