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화물차매매 [황규관의 전환의 상상력]AI가 은폐한 진실들
작성일 26-04-23 10:54본문
그렇다면 AI 데이터센터가 해당 지역민의 삶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일까? 그리고 AI 데이터센터가 어떻게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것일까? 사실 이런 종류의 질문들은 성가신 것으로 치부하는 문화 속에서 우리는 살고 있지만, AI 시대에는 질문이 경쟁력이라며?
AI 데이터센터를 유치하려는 논리의 배경에는 에너지, 전기가 있다. 예를 들면 강원 삼척의 경우는 동해안 지역의 화력발전 시설을 ‘빽’으로 활용하고 있고, 오픈AI와 SK의 합작 데이터센터의 최종 유치를 노리고 있는 전남 장성과 해남의 경우는 전남 지방의 재생에너지를 강조하고 있는 듯 보인다. 그러나 AI 데이터센터는 전기만 손쉽게 공급받으면 그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서버가 많은 전기를 먹었으니 열을 토해내야 하고, 그것을 그냥 놔두면 큰일이 나니까 엄청난 냉각수가 필요해진다. 그런데 이것이 또 주위의 환경을 오염시킨다. 데이터센터를 거부하는 움직임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다. 그렇다면 여러 경제 효과 중 하나인 일자리는 얼마나 생길까?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가 솔직한 답변을 내놔야 마땅하다.
막대한 환경 파괴, 불확실한 일자리
국제에너지기구(IEA)가 2025년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30년까지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이 지금의 두 배로 늘어 1000테라와트시(TWh)에 육박한다. 이 전력량은 현재 기준으로 일본의 전체 소비량을 넘어선다. 향후 우리가 AI 에이전트를 활용하거나, AI와 음성으로 대화하거나, 또는 우리가 바라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AI에 심층 학습을 시키게 되면 단순한 질문을 하는 경우보다 최대 48배의 에너지를 사용하게 된다는 보고도 있다. 한마디로 말하면 AI 모델의 학습 능력이 뛰어날수록, 이용이 많을수록, 복잡한 결과를 요구할수록 전기는 그만큼 더 소비되고 데이터센터 또한 계속적으로 증설해야 한다. 물론 기술적으로 절전 효과를 향상할 수 있지만 전기 소비 증가를 되돌릴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여기가 바로 기술지상주의자들이 허세를 떠는 지점이다. 전기의 성격도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는데 AI 데이터센터가 핵발전을 간절히 필요로 한다는 점을 이제는 속이지 못하게 된 것이다.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이 안정적인 전기를 공급받기 위해 여러 핵발전 기업들과 장기 계약을 맺었는데,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구글 등이 당연히 포함된다. 이유는 간단하다. 재생에너지는 자연적 조건 때문에 그 안정성이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에너지 공급원이 다양할수록 상대적으로 안정성은 높아질 터이니, 재생에너지, 화력발전 에너지, 핵발전 에너지를 두루 마련해둘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이재명 대통령이 탈핵 대신 실용적인 접근을 강조한 것은 이런 상황 인식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최태원 SK 회장이 메모리반도체에서 소형모듈원자로(SMR)까지의 생태계(이 말의 오용도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지만!)를 운운한 것은 AI 산업이 단순히 소프트웨어 산업을 넘어 반도체부터 이용자 서비스, 에너지까지 포괄하는 영역을 가리키고 있다는 것을 가리킨다. 최근에 드러났듯이 전쟁과 금융업이 여기서 예외일 리는 없다. 간단히 말하면, 세계는 과학기술을 더욱더 고밀도로 집적시키고 있으며 이 집적된 기술체제는 엘리트 지배를 강화함과 동시에 민주주의를 약화시킬 것이다. 이란을 향해 문명 파괴 운운한 트럼프의 협박은 이미 AI에 의해 수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민주주의·삶의 미래 갉아먹는 AI
자본주의 상품 사회의 가장 고약한 점 중 하나는, 우리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물건의 기원과 과정, 그리고 서사를 지워버린다는 점이다. 마치, 돈 내고 사 쓰는 주제에 그게 왜 궁금해? 하고 힐난하는 게 상품의 권리인 것만 같다. 하지만 이런 경험의 일반화는 결국 우리의 사유 능력과 호기심, 상상력과 성찰, 놀람과 경외의 감정을 상품에 맞게 검게 변질시켜 버렸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AI를 ‘잘 사용하는’ 소비자의 자세가 아니라 우리가 사용하는 물질의 기원과 과정 같은 서사의 회복이 된다. “이러한 의미의 지속 가능한 문화를 근원적으로 되살리지 않고는 우리들에게 미래가 없다고 할 수 있다.”(김종철) 미래가 없는 현재는 뿌리를 버린 결과에 다름 아닌데 우리는 지금 AI를 통해 삶의 마지막 뿌리를 잘라내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 AI로 인해 미래라는 시간이 속절없이 지워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2026년 볼로냐 도서전에서 제39회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글작가 수상자로 영국의 마이클 로젠이 호명됐다. 우리에게는 <곰 사냥을 떠나자>의 글쓴이로 큰 사랑을 받는 작가이다. 시, 논픽션, 그림책 글을 골고루 쓰면서 계관시인이 될 정도로 어린이책 작가의 대표 자리에 올라 있는 그에게는 깊은 아픔이 있다. 갓 스물 된 아들 에디가 감기인지 몸이 안 좋다고 침실로 들어가더니 다음날 아침 주검으로 발견된 것이었다. 급성뇌수막염이었다. 그때의 심정은 <내가 가장 슬플 때>라는 그림책에 들어 있다. 감히 짐작도 할 수 없는 충격과 슬픔일 터이지만, 마이클 로젠은 거기 빠져 있지만은 않았다. 자기와 같은 일을 겪는 부모가 또 나오지 않도록 뇌수막염 연구소를 세우는 데 앞장선 것이다.
어려서 독일로 이주한 예비 일러스트레이터 민들레씨는 볼로냐 도서전의 한 한국출판사 부스에서 <민들레는 민들레>라는 그림책을 발견했다. 선 자리에서 단숨에 읽어낸 그는 자기 책이라며 가슴에 품어 안고 눈물을 떨구었다. <나의 속도>는 앞길이 아득해 주저앉은 자신을 도닥이며 일으켜 세우는 듯하다면서 또다시 눈물을 보였다.
이금이의 청소년소설 <유진과 유진>은 알려져 있다시피 작가 딸의 어릴 적 일화가 모티프이다. 아빠는 눈에 불을 켠 채 범인을 찾아다녔고, 엄마는 놈이 파출소에 잡혀 있다는 소식에 한달음에 달려갔다. 눈에 뵈는 게 없었단다. 손에 잡히는 대로 뭔가를 들고 놈을 연성 후려쳤는데, 나중에 보니 그게 파리채였더란다. 그는 이 이야기를 하며 파안대소한다. 그래, 그런 것들은 윙윙거리는 성가신 파리에 불과할 뿐이다. 우리는 그렇게 여기기로 했다.
어린이책의 본질이 그래서인지, 이 동네 사람들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탄성 좋은 회복력이다. 책 속의 인물이건 현실의 인물이건, 우리는 잘도 다시 일어선다. 상처가 작고 얕아서가 아니다. 어쩔 수 없음을 알고 힘도 없기에 우선은 묵묵히 받아들인다. 짐 들기 귀찮은 이모가 있는 대로 옷을 껴입히는 바람에 눈사람 같아진 하이디가 땀을 흘리며 뒤뚱뒤뚱 산길을 걸어 올라가듯. 그러다 우리는 때가 되면 화산처럼 폭발한다. 석판이 뚫어질 정도로 길버트의 머리를 내리치는 앤처럼. 현실이 요지부동일 때에는 판타지 안에서 자기 왕국을 세운다. 싸늘한 밤 공원 벤치에 앉아 머나먼 나라의 왕인 아빠를 부르고, 병 속 거인을 따라 아빠의 나라로 가서 왕자가 되는 미오처럼.
그런 뒤 우리는 결국 자신을 치유하고 자기를 둘러싼 세상을 밝힌다. 삭막한 도시로 끌려가 알프스를 그리워하다 몽유병까지 얻은 하이디는 돌아와 병이 낫고 클라라까지 걷게 만들지 않는가. 앤과 길버트가 결혼해서 아이도 여럿 낳으며 알콩달콩 사는 건 모르는 사람이 없겠지. 미오는 머나먼 나라를 위협하는 악의 화신 카토와 목숨 건 결투 끝에 그를 제거하고, 끌려가 돌이 된 아이들까지 되살려내 함께 돌아온다. 그런 이야기 속 아이들이 대견하고, 그런 아이들을 사랑하며 품는 이야기 밖 어른들은 믿음직하다는 것이 이번에 볼로냐에 다녀온 나의 소견이다.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에서는 작은 어린이책 출판사들이 거의 대부분 자리를 배정받지 못했다고 한다. 낙담이 이만저만 아닌데, 어쩔 수가 없다. 힘이 없으니. 하지만 그들은 주저앉지 않고 일어섰다. 일어서서 ‘서울제대로도서전’을 만들었다. 노들섬 작은 공간에 신청하는 모두에게 자리를 내주기로 했다. 좁으면 좁은 대로 복닥거리며 제대로 독자들과 만나 제대로 책잔치를 벌이기로 했다. 어린 한 시절 눈사람 하이디가, 석판 내리치는 앤이, 머나먼 나라 왕자를 꿈꾸는 미오가 아니었던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제대로 모여 벌이는 책잔치는 얼마나 흥겨울 것인가. 낙담은 잠시, 모두 웃고 떠드는 제대로도서전을 기다려본다.
팔레스타인 나블루스 주 서쪽 수라 마을 농부 모하마드 후세인은 올리브나무 약 100그루를 재배한다. 그는 지난 2월 두레생협에 전한 근황에서 “2024년 생산량은 약 60㎏이었는데, 2025년 약 7~8㎏으로 줄었다”고 했다. 올리브밭은 이스라엘이 치안과 행정을 담당하는 C구역에 있다. 2025년 가을 수확철 두 번, 그것도 제한 접근만 허용됐다고 한다. 그는 2024년 9월 이스라엘 정착민 방화로 약 30그루 올리브 나무를 소실했다고도 했다. 그는 “무장 정착민들의 위협과 협박을 동반한 토지 접근 거부, 농기계 압수 위험, 트랙터 사용 제한 때문에 농사도, 수확도 힘들다”고 했다. 정착민들은 나무뽑기, 작물 독살, 불도저 침입 같은 폭력도 저지른다고 한다.
분리장벽과 일상의 이동 통제, 불법정착민의 자원 파괴와 폭력, 이스라엘의 수원 독점과 물 이용 제한, 수출입 과정에서의 부당한 검열과 방해는 팔레스타인 농민들이 전쟁 전부터 겪는 문제다. 전쟁으로 폭력은 심해지고, 고통은 깊어졌다.
다행히 후세인은 혼자가 아니다. 팔레스타인 농민지원단체에서 일하는 한 인사는 지난 13일 두레생협에 ‘20년 연대 감사 편지’(맨아래 전문 게재)를 보내왔다. “팔레스타인에서 농사는 단순한 노동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를 이 땅에 묶어두는 끈입니다. 그것은 세상에 외치는 우리의 목소리입니다.” (서안지구) 헤브론 남부 온실에서 장미를 키우는 농부를 두고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본질적인 무언가를 굳게 붙들고 있었습니다. 꽃 한 송이 한 송이에는 노력과 불안, 기다림…. 그리고 조용하고도 흔들리지 않는, 끝까지 버텨내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었습니다.” 이 인사는 이스라엘의 감시 때문에 신분을 밝히지 못했다.
올리브 재배는 생사를 다투는 문제이기도 하다. 이 농민지원단체는 “2023년에는 두 명의 노년 여성이 올리브나무를 돌보던 중 정착민에게 살해당했다”고 했다. 정착민들이 올리브 수확철(10~11월)마다 농민들을 공격하며, 특히 여성들을 표적으로 삼는다고 했다.
폭력과 파괴 행위에도 팔레스타인 농민들은 농사를 포기하지 않았다. 두레생협은 “농사를 짓는다는 것 자체가 이스라엘 압박에 맞선 가장 강력한 비폭력 저항이자 생존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올리브 나무의 오랜 상징 중 하나는 ‘평화’다.
올리브 나무 재배는 팔레스타인 농업 생산의 약25%를 차지하는 중요 기반이다. 서안지구와 가자지구 전체에 약 1000만 그루의 올리브 나무가 자란다. 이스라엘군과 정착민의 폭력은 바로 생존과 생명 파괴 행위인 것이다. 이스라엘은 농사의 뿌리마저 뽑으려 한다. 두레생협은 “지난해 12월 이스라엘군은 두레생협의 파트너 단체 사무실을 습격했다. 기록 체계와 장비를 파괴하고, 활동가들을 구금했다”고 전했다.
두레생협은 2006년 6월부터 ‘평화 연대’를 위해 팔레스타인 올리브유를 국내 조합원들에게 공급하고 있다. 두레생협 조합원들은 방한한 팔레스타인 농민들과도 종종 만났다. 코로나19사태 등으로 한국 방문이 어려워지고도 2024년 2월까지 온라인 간담회를 진행했다. 지금은 온라인 교류조차 힘들어졌다. 두레생협은 28일 팔레스타인 생산자 초청 온라인 간담회를 열려고 했으나 전쟁 장기화와 현지 상황 악화로 일정이 취소됐다.
팔레스타인 농민들이 농사를 포기하지 않듯, 두레생협도 이 연대와 교류를 이어가려 한다. 다음달 6일 ‘2026 두레생협 민중교역·공정무역 주간 행사’를 연다. 검문소와 이동 통제를 체험하는 ‘올리브의 여정-팔레스타인에서 두레까지’, 여러 단체가 연대 실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팔레스타인 연대실천활동사례 공유회: 연대하는 다양한 얼굴들’ 발표회를 연다. ‘농민지원단체 재건 기금 모금’ 캠페인도 진행한다. 모금액은 전액 현지로 전달해 인프라 복구와 농민 지원 재개에 사용한다.
배경선 매니저는 기자와 통화하며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혼자가 아니라는 걸 느낄 수 있도록, 곁에 있겠다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리는 연대가 중요하다”고 했다. “농민들이 다시 땅을 일굴 수 있다는 사실을 세상이 기억”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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